
올해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이익을 갉아먹은 재료비 상승이 내년에도 수익성 회복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일부 원자잿값은 고점에서 내려왔지만, 비싸게 사들인 재료가 뒤늦게 원가에 반영되면서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에는 기존 계약을 갱신하면서 원자재 비용이 더 늘어날 수 있어, 업계가 원가 부담을 덜어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비싸게 산 재룟값, 뒤늦게 실적 반영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가 올 3분기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부담한 비용은 총 약 8700억원이다. 현대차 측은 "중동 전쟁 장기화와 물가 상승으로 3분기에도 약 5000억원의 원자재 비용 부담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기아 관계자도 "비철금속값 상승 등으로 늘어난 재료비가 영업이익에 전년 동기 대비 3680억원의 부담을 줬다"고 말했다.
해외 완성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원자재·물류·D램 관련 비용을 약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로 예상했다. 지난 7월 이후 추가된 금액만 4억달러(약 5400억원)에 달한다. GM 측은 "구리와 미국 열연강판 현물가격이 7월보다 각각 10~15% 뛰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자동차 배선·모터에 쓰이는 구릿값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전력망 투자와 광산 생산 차질이 겹치며 뛰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평균가격이 전년 동기보다 43.9% 올랐다. 메모리값도 오름세다.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범용 DDR4 8Gb D램 현물가격은 올 7월 1일부터 10월 27일까지 30.3% 상승했다.
여기에 메모리 업체들이 AI 서버용 제품 중심으로 생산을 재편하면서 기존 DDR4 공급이 줄어드는 흐름도 겹쳤다. 자동차 전장업체 비스테온은 "일부 공급업체가 차량용 DDR4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내년에는 올해보다 공급이 더 빠듯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원자재 가격이 내려도 자동차 업체의 실적이 곧바로 좋아지기는 어렵다. 재료 구매부터 생산·선적·판매를 거쳐 원가가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알루미늄과 니켈의 3분기 평균가격은 전 분기보다 각각 9.4%, 8.5% 내렸다. 그러나 현대차는 "과거 원자잿값 상승분이 뒤늦게 반영되면서 3분기 비용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원자재 시세는 내리는데 자동차 원가는 오르는 엇박자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원가 부담이 언제 해소될지는 불투명하다. 현대차는 4분기에도 원자재 비용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봤고, 기아도 내년 일부 재료비 부담을 예상했다. 기존 공급계약을 갱신하면서 구매단가가 오를 가능성도 있다.
지프·푸조 등을 거느린 스텔란티스는 내년 공급계약 일부를 갱신하면서 원자재 비용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3분기 손익에 많이 반영되지 않은 메모리값 상승도 내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GM 역시 최근 가격 수준이 유지되면 내년 약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의 비용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추산했다.
◇설계 바꿔 원가 절감하지만… 부품값 정산도 남아
업체들은 설계와 생산 방식을 바꾸며 원가 줄이기에 나섰다. 현대차는 3분기 원가 절감으로 원자잿값 인상 등 비용 증가 영향을 약 5000억원 상쇄했다. 기아는 전기차 생산 규모를 키우면서 배터리, 모터, 히트펌프 등의 원가를 낮추기로 했다. 스텔란티스는 배선 배치와 커넥터를 재검토해 재료 사용량을 줄이고, 배기가스 정화 성능을 유지하면서 촉매에 들어가는 팔라듐, 로듐, 백금 등 귀금속을 덜 쓰는 방법을 찾고 있다.
자체 비용을 줄이더라도 부품사들이 먼저 부담한 원가 상승분을 보전하는 협상은 남아 있다. 현대차·기아와 GM 등에 제동·조향장치와 서스펜션을 공급하는 HL만도는 3분기 원자재, 메모리값 상승으로 약 420억원의 비용이 발생했다. 자율주행 부품을 만드는 자회사 HL클레무브도 메모리와 인쇄회로기판(PCB) 가격 상승의 타격을 받았다.
HL만도는 늘어난 비용 가운데 아직 보전받지 못한 금액을 놓고 완성차 업체들과 협상하고 있다. 납품가를 원자재 가격에 연동하는 품목도 업체별 정산 주기가 달라 일부는 올해 4분기, 일부는 내년 초에 보전받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사들도 원자잿값 상승으로 수익성을 압박받고 있어, 완성차 업체가 자체 비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업계 전체의 부담을 줄이기 어렵다"며 "결국 설계와 조달 방식을 바꿔 원가 자체를 낮춰야 하는데, 메모리처럼 차량 시스템과 맞물린 부품은 단기간에 바꾸기도 쉽지 않아 한동안 업계 전반의 수익성 압박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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